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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먹거리

국립발레단 지젤 2022. 11. 12.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22. 11. 12.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을 보고 왔다. 당시 지젤 공연 종료 후 트리플빌 공연이 진행되던 때였다. 기회가 된다면 트리플빌과 같은 작품도 꼭 보고싶다.

인스타그램 국립발레단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으면 예매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좋다. 예매는 2022. 9. 6. 인터파크를 통해 진행했다.
비록 사랑에 버림받았지만 죽어서도 한 남자를 지켜내는 고귀한 존재인 지젤
나는 심현희 발레리나의 팬인데, 지젤 포스터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공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한다면 포토월이 한산하기 때문에 사진 찍기 편하다. 공연 시간 10분 전에는 입장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않으면 전막을 놓치고 못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건 바로 나...)

22. 11. 12. 토요일 19:00 캐스팅

  • [지젤] 심현희
  • [알브레히트] 박종석
  • [미르타] 한나래
  • [힐라리온] 구현모
  • [패전트] 곽화경, 양준영
3층 좌석에서 보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장면이 보이고, 군무가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1962년 창단한 국립발레단은 2022년 60주년이었다. 지젤은 2막으로 이루어져있다.
 
1막에서 지젤 역의 심현희 리나는 사랑에 빠진 순수한 소녀를 여실히 보여줬다. 아름다운 몸짓과 테크닉, 특히 매드신에서 사랑에 배신 당한 처절한 아픔이 잘 느껴졌다.
 
지젤의 죽음과 함께 2막이 펼쳐지는데, 알브레히트 역 박종석 리노의 지젤을 배신한 자신에 대해 자책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다가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사랑은 기쁘면서도 가슴 아픈 일인 것이 분명하다.
유일하게 사진과 영상 촬영이 허락되는 시간, 커튼콜! 나는 집에 돌아와 플로어웍스 사의 발레작품의 세계 (한지영 저)를 읽으며 지젤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발레작품의 세계 <지젤> 부분을 요약, 정리해보고자 한다.
지젤: 비련의 여주인공에서 숭고한 존재가 되기까지, 발레의 <<햄릿>>
사랑하던 남자에게 이미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충격으로 미쳐가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비련의 여주인공, 바로 지젤의 이야기

밝고 순박한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1막과 서늘한 윌리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2막의 대비는 작품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여기서 지젤은 지상의 존재와 천상의 존재를 동시에 연기하는 독보적인 캐릭터이다.

1막: 독일 라인 계곡의 어느 마을에 어여쁜 처녀 지젤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맞은편에 사는 로이스라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리고 지젤을 짝사랑하던 또 다른 청년, 힐라리온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힐라리온은 로이스의 진짜 정체가 시골 청년이 아닌 귀족 계급의 알브레히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분 제도가 있던 시대였기에, 귀족인 알브레히트가 지젤과 사랑할 수 없는 사이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알브레히트는 사냥을 온 귀족 무리에 있던 바틸드와 약혼한 사이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지젤은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되자 실연의 충격으로 엄마의 품에 안긴 채 숨을 거두고 만다.

2막: 지젤은 죽어서 천상의 존재인 윌리, 즉 죽은 처녀의 영이 된다. 윌리들은 그들의 무덤가에 온 남자들을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해 원한을 푼다고 한다. 지젤의 무덤을 찾아온 힐라리온은 윌리들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고 만다.

한편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알브레히트도 그녀의 무덤을 찾아왔고 그 역시 윌리들에 둘러싸여 죽음에 한 걸음 다가서는 듯했다.

그러나 지젤은 자신의 사랑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날이 밝아 윌리들이 자신의 무덤으로 돌아갈 때까지 알브레히트의 곁을 지키며 함께 춤을 춤으로써 그를 구해낸다.

그리고 지젤이 윌리들과 함께 사라지자 무덤 앞에서 울부짖는 알브레히트의 모습을 끝으로 <지젤>은 막을 내린다.

프랑스 출신의 무용가이자 안무가였던 쥘 페로가 안무한 <지젤>은 1841년 6월 28일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고 대성공이었다. 

<라 실피드>와 함께 낭만주의 시대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이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유독 <지젤>은 15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명실상부 낭만 발레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립발레단 역사 이래 국내에서 초연된 최초의 전막 클래식 작품도 <지젤>이었다.

<지젤> 사랑스럽고 극적으로 표현되는 춤들
  • 1막에서 사랑에 상처받은 지젤이 미치는 장면: 파국으로 치닫는 격정적인 지젤의 모습은 데이지 꽃잎을 하나씩 세어가며 사랑점을 치던 순박한 이미지와 대비를 이룬다.

    특히 이 장면에서 무용수는 테크닉 뿐만 아니라 엄청난 연기력과 표현력을 발휘해야 해서 많은 발레리나가 도전하고 싶은 역할로 지젤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만큼 무용수마다 다른 연출과 해석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지젤의 연기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이 작품의 감상 팁이라 할 수 있다.
  • 1막의 포도 축제를 축하하며 추는 패전트 빠드두: 목가적인 분위기를 보여줌
  • 지젤의 솔로: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강조
  • 2막에서 윌리들의 여왕인 미르타가 지젤을 불러들이는 장면: '춤추어 보아라'라는 미르타의 명령에 따라 지젤이 아띠뛰드를 하면서 빠르게 회전한다.

    쿵짝짝 쿵짝짝, 경쾌하면서도 장중한 음악에 맞춘 지젤의 춤은 미르타가 불어넣은 초월적인 힘을 보여주는 극적인 장면으로 이 순간 지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님을 선포하듯 빠르게 숲을 떠다닌다.

    윌리들의 군무도 빠뜨릴 수 없다. 순백색의 로맨틱 튀튀를 입은 수십 명의 발레리나들이 등장하는 발레블랑으로 희미한 안개 속에서 윌리들은 겹겹이 쌓인 치마를 너울거리며 움직인다. 윌리들의 춤은 한 폭의 인상주의 그림처럼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표현된다.

  • 2막의 춤들: 슬픔에 가득 차 영묘함. 서로를 만지지 못하고 가슴 아프게 엇갈리기만 하는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빠드두
1800년대 초중반, 전 예술을 강타한 낭만주의의 영향으로 비현실적인 스토리라인


<지젤>의 대본은 당시 낭만 시인이자 전기 작가, 발레 비평가로 활약하던 테오필 고티에가 그의 뮤즈인 발레리나 카를로타 그리지를 위해 대본을 썼다.

그리지를 찬미하며 그녀를 위해 새로운 역할을 구상하던 고티에는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쓴 독일 전설에 관한 연구서를 읽고 윌리 전설을 발레화 하기로 한다.

이야기의 도입부가 될만한 1막은 빅토르 위고의 ‘유령’이라는 시에서 젊디젊은 미녀가 무도회에 갔다가 차가운 바깥 기온에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을 인용했다.

발레 대본에 서툴렀던 고티에는 브르노와 드 생 조르주에게 자문을 구했고, 그는 고티에가 구상한 화려한 귀족 무도장 아이디어 대신 <라 피실드>처럼 보통의 농촌을 배경으로 바꾸어 더욱더 서정적인 대본이 완성되었다.

작곡가인 아돌프 아당, 기존 발레 음악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하다.

<지젤> 이전의 발레 음악은 이야기의 진행이나 등장인물의 성격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작은 리듬 음악을 모은 형태였다. 그러나 아당은 <지젤>에서 등장인물을 나타내는 데 정해진 선율을 사용해 라이트모티프 불리는 주제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이야기나 인물의 감정에 따라 변화시켰다. 예를 들어 <지젤>에서 가장 중요한 라이트모티프는 1막에서 지젤이 알브레히트와 사랑하는 장면(둘이 처음 등장해 데이지 꽃으로 사랑점을 치던 바로 그 장면)에 흐른다.

이후 이 선율은 두 번 더 반복되는데, 첫 번째는 1막 마지막을 장식하는 지젤의 매드신이고, 두 번째는 2막에서 윌리가 된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빠드두를 추는 부분이다.

 

지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표현한 선율이었기에, 음악의 반복이 실연의 아픔과 애절함을 배가시킨다. 이렇게 아당의 음악은 작품 전체에 통일감을 주면서도, 인물의 감정에 더욱더 몰입하게 만든다.

지젤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고티에의 대본, 무용수들의 테크닉만큼이나 감정선을 강조한 페로의 안무, 여기에 작품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아당의 음악이 함께 만들어낸 예술의 총체이다.
심현희리나의 뒷모습 팬심으로 찍어봄.

국립발레단 클래식 공연은 정말 정확하고 화려한 테크닉과 감정표현이 최고다. 그리고 의상이 워낙 고급스럽게 예쁘고, 군무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2023년도 발레 공연으로 꽉꽉 채워나갈 예정!

 
 

 

 

 

오케스트라까지 함께 인사하는 모습까지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