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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먹거리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2022. 12. 17.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2월의 중순의 예술의전당은 바람이 쌩쌩 불고, 눈이 녹지 않았다. 언제나 국립발레단 공연은 군무가 깔끔하고 화려하며 의상이 고급지게 예쁨. 그리고 심현희리나는 항상 아름답다. <호두까기인형>의 심층적 이해를 위해 플로어웍스 사의 발레작품의 세계(한지영 저)에서 호두까기인형 부분을 요약, 정리하고자 한다.

예술의전당 크리스마스 트리

1892년 12월 18일 러시아 발레광(balletomane)들의 기대 속에 <호두까기 인형>이 초연되었다.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마리우스 프티파의 대본과 그의 제자 레프 이바노프의 안무,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음악으로 탄생했다.


발레가 사회 전반에 걸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를 바탕으로 클래식 발레의 대가인 프티파와 그가 키워낸 안무가, 그리고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 음악을 남긴 차이콥스키까지 합세한 이 작품은 그야말로 황실 극장에서 베테랑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야심작이다.

2022. 12. 17. 호두까기인형 캐스팅

  • 마리- 심현희
  • 왕자- 허서명
  • 드로셀마이어- 이유홍
  • 호두까기인형- 김유주
  • 어린 마리- 염하린
  • 마리 대역- 김나연

인터파크티켓으로 호두까기인형 예매 성공했다. 심현희리나의 팬이기에, 심현희리나가 주역인 날이었던 12. 17. 공연을 다녀왔다.

발레 <코펠리아>처럼 <호두까기인형>도 에른스트 호프만의 소설에서 출발했다. 호프만은 젊은 시절 법조계에 모믈 담았다가 훗날 소설은 물론 작곡과 음악 평론까지 했다고 한다. 발레의 원작이 되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은 이렇게 다방면으로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던 호프만이 1816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문학 작품에서 주인공은 독일의 의사인 슈탈바움의 셋째 딸 마리다. 일곱 살 마리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인형을 받게된다. 못생긴 인형이었지만 소녀는 왠지 모를 애틋한 정을 느꼈다.

그날 밤, 혼자 인형을 갖고 놀던 마리에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장식장 속 인형들과 오빠의 병정 인형들이 살아 움직이고, 심지어 인형들이 쥐의 대군들과 전투를 치르는 것이었다.

잠에서 깬 마리는 간밤에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말했지만 모두 믿어주지 않았다. 그때 대부인 드로셀마이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마리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부가 들려준 것은 저주에 걸린 공주와 자신의 조카 이야기였는데, 아름다웠던 공주는 어느 날 생쥐왕의 저주로 아주 못생긴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카가 그 저주를 풀어 그녀를 다시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마지막에 일이 잘못돼 조카는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마음씨 착하고 똑똑하고 잘생기기까지 했었는 데 말이다. 그러자 조카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공주는 무심하게도 그를 떠나버린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리는 못 생긴 호두까기인형이 공주에게 배신당한 바로 그 조카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에게 자신은 공주처럼 배반하지 않을 거라 말한다.

그 순간 호두까기인형이 멋진 청년의 모습으로 변하고, 마리의 진심 어린 사랑으로 저주에서 풀려났다며 그녀에게 청혼한다. 이후 마리와 조카가 과자나라에서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주자답게 호프만의 소설은 환상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복잡한 구조를 띈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풍기는 기괴한 분위기는 자극적이기 이를 데 없다. 그 때문에 마리나 과자나라에서 산다는 결말은 그녀의 죽음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뒤마가 1844년 <<호두까기인형 이야기>>로 번안하면서 마리의 이름을 클라라로 바꾸게 되고, 뒤마의 각색을 토대로 발레 <호두까기인형>의 대본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데 발레 대본을 구상하던 프티파는 뒤마의 각색본을 보며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바로 클라라의 나이가 문제였다. 프티파의 발레에서 그랑 빠드두는 작품의 필수요소지만, 그의 눈에 어린 소녀와 왕자가 그랑 빠드두를 춘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프티파는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그랑 빠드두를 뺄 수도 없었지만, 클라라를 성인으로 바꾸는 것 또한 원치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클라라가 꿈속에서 사탕요정(sugar plum fairy)로 변신한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던 것이, 당시 일흔네 살의 노장이었던 프티파는 병으로 인해 안무할 여력이 없었다. 이에 그의 충실한 조수이자 <백조의 호수>의 안무를 도왔던 이바노프에게 일임하게 된다. 하지만 스승의 영향력이 너무나 막강했던지라 초연 당시 이바노프에 대한 평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작곡가 차이콥스키 또한 <호두까기인형> 발레 음악을 작곡하던 시점에 여러 고비가 한꺼번에 몰려오게 된다. 먼저 그는 자신이 작곡한 <백조의 호수>가 초연에서 대대적으로 혹평을 받은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이후 작곡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성공했지만, 또다시 상처받을 수 있다는 불안함이 그를 괴롭혔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이 처음이라 불확실하기도 했다. 게다가 프티파는 음악에 대한 지시사항이 너무 많아 작곡가가 함께 작업하기에 정말 까다로운 안무가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를 꾸준히 후원해주던 나데즈다 폰 메크 부인과의 관계가 끝이났다는 점이었다. 1876년부터 시작된 폰 메크 부인과의 인연은 1,2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깊은 감정적 교류를 한 관계였음을 미루어보어 차이콥스키가 느꼈을 상실감은 정말 컸을 것이다.

하나 더, 이 시기 차이콥스키는 동성애 논란에 휩싸여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러시아는 동성애자를 시베리아로 유배 보낼 정도로 매우 엄격한 분위기였다. 동성애를 엄청난 불명예로 여겼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차이콥스키는 아주 힘들었을 것 같다.

지젤은 3층에서, 호두는 4층에서 관람했는데 보이는 게 신기하지만 확실히 멀긴 하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호두까기인형은>이지만, 작품은 시종일관 밝고 희망찬 동심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2막으로 구성된 발레는 크게 크리스마스이브 파티가 열리는 클라라의 집, 클라라의 꿈, 그리고 크리스마스 아침으로 전개된다.

크리스마스 이브, 클라라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걸음을 서두르는 손님들의 모습으로 프롤로그가 시작된다.

1막은 거실 중앙에 있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이들은 드로셀마이어가 보여주는 여러 인형의 춤에 마냥 신기해한다. 뒤이어 클라라가 선물 받은 호두까기인형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심술 맞은 오빠 프릿츠 일당이 이를 방해한다.

결국 장난꾸러기 프릿츠는 호두까기인형을 망가뜨리게 된다. 이 소동은 드로셀마이어의 중재로 겨우 정리되고, 속상한 클라라는 인형을 품에 안고 잠이 든다.

꿈속에서 인형만큼 작아진 클라라. 집 안의 인형들이 모두 움직이고, 호두병정으로 변신한 호두까기인형은 악당 생쥐왕과 용감하게 싸운다.

클라라의 도움으로 새쥐왕을 물리치자, 멋진 왕자로 변신한 호두병정은 고마운 클라라를 자신이 사는 환상의 왕국으로 초대한다.

눈송이들이 환영의 인사를 하는 '눈송이 왈츠'장면은 무용수들의 완벽한 대칭과 균형을 이뤄 마치 눈 결정체가 춤을 추는듯 신비롭다.

이어지는 2막은 환상의 왕국에서 계속된다. 스페인 인형, 인도 인형, 러시아 인형, 중국 인형, 프랑스 인형이 차례대로 춤을 추며 작품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각 나라의 인형으로 특색 있는 안무가 포인트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클라라는 마침내 왕자와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을 축하하는 장면 중 '꽃의 왈츠'는 무용수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사탕요정으로 변신한 클라라와 왕자의 그랑 빠드두가 이어진다.

다양한 테크닉 사이로 고난도 리프트 동작이 등장하고, 왕자는 당당한 자태로, 또 사탕요정은 아기자기한 동작으로 왕국에서 축제를 벌인다. 이윽고 날이 밝자, 잠에서 깬 클라라는 지난밤의 동화 같은 꿈을 소중히 간직하며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한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국내에서 크리스마스 고정레퍼토리로 단단하게 자리잡아 매년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으로 친숙하다.

두 발레단은 같은 작품으로 삼십 년간 경쟁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유니버설 발레단은 바이노넨이 1934년 개작한 작품을 고수한 데 비해, 국립 발레단은 1983년에 개작한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작품으로 공연한다.

두 발레단의 작품은 각각 마린스키 발레단과 볼쇼이 발레단 버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유니버설 발레단의 주인공 소녀의 이름은 클라라지만, 그리고로비치의 레퍼토리를 따르는 국립 발레단에서는 마리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연출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어, 비교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오케스트라의 크리스마스 캐롤 메들리 정말 좋았던 포인트
<호두까기인형>의 다양한 패러디 작품도 있다. 영국의 마크 모리스가 1991년 패러디한 작품 <더 하드 넛>은 만화가 찰스 번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해 시대에 맞게 바비 인형, 로봇, 록스타 형상의 호두까기 인형이 등장한다. 그러나 클라라가 아닌 호두까기인형과 드로셀마이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여기서 두 남자가 추는 빠드두는 이제껏 남녀의 영역이던 빠드두를 남남커플로 대체한 최초의 젠더-크로스 시도로 당시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다음으로 <백조의 호수>를 패러디한 것으로 유명한 매튜 본이 1992년에 안무한 <호두까기인형>이 있다. 이 작품은 독일 중산층 가정이 아닌 보육원이 배경으로, 흑백 톤의 춥고 우울한 보육원에서 알록달록한 과자나라로 전환돼 환상적인 이미지가 더욱 강조된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도 <호두까기인형>을 패러디해 2013년 <호두까기인형 서커스>가 초연되었는데, 뒤마의 각색본이 아닌 호프만의 문학작품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에 따라 소설에 묘사된 기괴한 모습의 호두까기인형이 등장하고, 서커스와 결합한 발레라 굉장히 독창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초연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수십년이 지난 1954년, 뉴욕 시티 발레단이 공연한 발란신의 <호두까기인형>을 계기로 이 작품은 전 세계 발레단의 연말 고정 레퍼토리가 된다. 당시 <호두까기인형>이 선사하는 따뜻한 동심의 세계가 전쟁 이후 희망을 찾고자 한 사회적 분위기에 딱 들어맞았던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찍은 거대한 트리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전 세계의 무대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으로 들썩인다.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선사하는 발레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누구나 설레는 크리스마스를 만끽할 수 있는 발레로 정착했다. 마음은 언제나 영원한 피터팬이고 싶을 때, 올겨울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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